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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시니어 팬덤이 대중연예시장을 바꾸고 있다.

by 인디언서머 2023. 7. 12.

 

연예인을 향한 소위 ‘덕질’의 주체는 주로 젊은 층이었습니다과거의 오빠부대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사라지는 게 당연시되었지만 최근 들어 시니어 팬덤이 생기면서 덕질의 양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덕질이 전 국민의 취미생활이자 모두의 과제라는 관념이 태동한 것입니다중장년 팬덤은 부끄럽거나 특별한 일이 아닌 게 되었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은 시니어들을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시니어 팬덤의 탄생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공연 모습
머라이어 캐리

 

시니어 팬덤이 태동한 원년을 그룹 워너원 결성이라고 많은 이들이 분석합니다. 워너원은 2017년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결성된 그룹으로 경제력이 풍부한 시니어들이 본격적인 팬덤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해는 58년 개띠가 59세가 된 때로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은퇴 연령에 접어든 때와 일치합니다. 워너원은 폭넓은 팬을 확보했습니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밀레니얼과 z세대, 중장년층 뿐 아니라 시니어까지도 팬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멤버 선정에서 시청자 투표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워너원을 만들었다고 느꼈습니다. 열기는 콘서트 현장으로 이어졌고 할머니, 엄마, 딸 3대가 같이 관람하는 진풍경도 목격되었습니다.

 

워너원은 상종가를 누렸고 이들이 광고하는 것은 대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니스프리 마스크팩은 매출이 3배 이상 뛰었고 하이트 맥주는 이들 덕에 노땅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고 평가됩니다. 그 후로 몇 년이 흐르면서 시니어 인구는 더 두터워졌습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은 더 정교해졌고 새로운 콘텐츠가 속속 등장했습니다.

방탄소년단 (BTS) 사진

 

 

 시니어 팬덤의 상품

 

대표적인 상품이 레트로 감성을 앞세운 트로트였습니다. 시니어들이 선호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시니어 팬덤은 시간과 재력이라는 무기까지 갖췄고 이들의 힘은 10대나 20대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정동원의 팬은 그가 광고한 동원참치와 동원샘물 수백만 어치를 사서 주변에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만큼 시니어 팬들의 몰입도는 엄청납니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팬슈머(Fansumer)라고도 합니다. 팬이자 소비자가 되는 것입니다.

 

시니어 팬덤의 원인을 깊이 파고들면 시니어가 집중할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자녀를 키우고 교육하며 보람을 찾았고 성공이나 경제적 성취에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모든 것이 허망하다. 그들은 누군가에게서 젊은 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잠시나마 현재를 잊고 몰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니어 팬들은 자신의 아이디나 가족의 아이디로 음원 사이트에 접속해서 좋아하는 스타의 노래를 스트리밍 합니다. 온라인 카페에서 만난 이들과 힘을 합쳐 스타에게 조공도 보냅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밥차를 보내고 지하철 광고를 싣거나 스타의 이름으로 통 크게 기부금을 내기도 합니다.

 

트로트 가수 중에서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의 팬덤은 가장 규모가 큽니다. 그의 팬 카페 회원은 1515만 명을 돌파했는데 주력 회원은 50~60대가 주축을 이루고 80~90대의 고령층도 참여합니다. 이들은 임영웅의 신곡을 스트리밍 해서 차트 순위를 올리고 그의 출연작을 챙겨보며 시청률을 올립니다.

 

 실버 덕질의 열기

 

 

연예인의 SNS에는 팬들이 보내준 음식 등을 인증하는 사진이 자주 올라옵니다. 이들에게 팬의 선물은 인기의 척도인데 샌드위치 같은 간소한 메뉴부터 전복이나 장어가 들어간 초호화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보낸다고 합니다. 이를 일컬어 21세기 판 조공이라고 합니다.

 

 

시니어들의 조공은 보통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첫째, 스타 개인에게 도시락이나 선물을 보냅니다. 그러나 때로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선물을 보내기도 합니다.

둘째, 스타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나 매니저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하고 밥차나 커피트럭 등을 촬영장으로 보냅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스타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셋째, 지하철이나 버스에 스타의 생일이나 이벤트에 맞춰 광고를 게재합니다.

 

전 세계적 스타인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에도 시니어 세대가 다수 참여하고 있습니다. 열성팬 ‘뉴욕 할배 제임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1백만 조회 수를 넘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니어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는 트로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K-pop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트로트로 시작된 시니어 팬덤은 일시적인 유행일까 아니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현상일까? 

인구 고령화를 고려하면 꽤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니어들은 이제 막 팬덤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시니어들의 일상을 상당 부분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니어 팬덤이 폭발적인 위력을 갖는 이유는 규모가 커질 뿐 아니라 응집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시니어는 다른 세대보다 여유자금이 풍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보호본능이 남다릅니다.

그래서 시니어 팬덤은 젊은 층의 것과는 다르게 해석해야 하고 만족도 높은 인생 후반기를 만들어 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봅니다.


  • 참고: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