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일을 잘 못하고 몸도 아프고 65세 전후로는 은퇴하고 연금이나 받으며 근근이 살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65세 이후의 삶에 대한 그림은 이처럼 매우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시니어들의 모습은 다릅니다.
능력 있고 건강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액티브 시니어'
그들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노령담론의 대전환
조남주 작가의 인기소설 <1982년생 김지영> 속 82년생은 개띠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유명한 개띠가 있습니다. 바로 58년 개띠입니다. 당시에는 출생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는 100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던 나이에 외환위기를 겪고 2018년부터 정년퇴직을 시작합니다.
58년 개띠 언저리 나이를 다른 말로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도 부릅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이 선보인 개념으로 40~49세로 은퇴를 앞두고 준비하는 세대를 프리 시니어, 50~75세의 풍부한 사회 경력과 경제력, 소비력을 갖춘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들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으며 사회에서는 여전히 왕성한 활약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력도 상당해서 시장은 이들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꼽습니다. 이들은 욜드(YOLD, yong old)라고도 불리는 젊은 노인들입니다.
시니어들이 사회 구석에서 국가의 도움이나 바라며 나약하게 늙어가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이들은 더 오래 더 강력하게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천편일률적인 노령담론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MZ세대 대신 시니어를 공략하라.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소비자는 약 23억 명에 달하는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1980~2000년 출생 세대를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이를 세분화해 1995년 이후 출생자를 Z세대라고 칭합니다. MZ세대는 젊고 역동적입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역시 이들이 경제활동의 주력 세대라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러나 MZ세대의 세간의 관심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그들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 계층이 아닙니다. 실제 강한 소비력을 보유하며 무섭게 팽창하는 세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60세 이상입니다. 이들은 현재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인구 역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2030년에 이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는 35억 명에 달한다는 예측이 있는데 현재 중국에서는 매일 약 5만 4천 명이 60세 생일을 맞고 있습니다.
일찍이 2018년 <포브스>는 인구의 고령화가 ‘기업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으며 <이코노미스트> 역시 나이 든 소비자들이 경영의 지평을 바꿀 것이라는 예언 섞인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마우로 기엔 교수는 '2030년이 다가오면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가 사라지고 세대 간의 역학 관계도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에이지 시장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현상들
전 세계에서 60세 이상 시니어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회의 주류가 될 것이며 그들을 위해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가 산업계의 화두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몇몇 국가들이 이미 고령사회에 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가 고령화 트렌드와 시장과 기업의 기회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그 테마로 ‘에이지 프랜들리’를 꼽았습니다. 이는 시니어 친화적인 기업이 앞으로 어떤 사업에 주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제시입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시니어들이 강력하게 원하는 것은
- 새로운 금융시스템에 대한 요구입니다.
- 걷기와 운동을 비롯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취미 시장입니다.
- 질 좋은 평생교육을 원합니다.
- 시니어들은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마음 맞은 친구들과 좋은 시설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합니다.
- 시니어들은 ‘실버 덕질’로 영향력 있는 팬이 되고 싶어 합니다.
-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이 아닌 내 집에서 늙고 싶습니다.
- 첨단 과학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덕으로 더 젊어지고 오래 사는 시대를 원합니다.
- 구차하게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well-being보다 well-dying입니다.
수많은 시니어 소비자들은 스스로가 시장과 기업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낍니다.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가 있고 지갑을 열 의향도 얼마든지 있는데 시니어 시장에 무지한 기업들은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역량이 없는가 봅니다. 변하고 있는 세계의 시니어 시장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시겠습니까?
■ 위의 글은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의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를 참고하였습니다.